대법원, 국제적인 망신이었던 단결권 부정의 상징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피해에 원상회복조치 취해야. 공무원노조에 대해서도 즉시 시정조치 해야

 

[사진=NEWS1]

 

7년만에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판결이 있었다. 지난 4일 대법원은 노조아님 통보를 정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92항이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침해해 무효이기에,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법원의 판결 취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해당 시행령의 즉각적인 삭제와 해직자의 원직 복직 조치 등 그간 전교조가 기본권 박탈로 인해 당했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해직된 34명에 대한 원직 복직 등의 행정절차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회도 교원과 공무원도 헌법상 노동3권과 정치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한다.

 

한편 전교조 노조아님 통보 철회를 약속했음에도 지금까지 이 상황을 방치한 정부와 여당에도 유감이 아닐수 없다. 현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고, 노동부 장관이 노조아님 통보행정명령을 취소했다면 사법부의 판결을 묻지 않을 수 있었다. ‘나중에로 일관한 무책임한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노조할 권리를 송두리째 짓밟았던 지난 과오에 대해서도 전교조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노조 아님 통보)이 법률의 위임 없는 임의규정으로 법률 유보의 원칙을 위배하여 위헌무효이고, 위헌무효인 시행령에 근거하여 행정부가 내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위법이므로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노조법상 인정되는 노조만이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할 수 있고 노동쟁의 조정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어 법외노조 처분은 위 권리들을 박탈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노조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헌법상 노동3권을 제약하고 노조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본질적 사항에 대한 제한 법률로만 할 수 있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시행령은 반드시 법률에 위임이 있어야 한다. 현행 노조법은 노조 설립 시 설립신고서 반려처분에 대해서는 법률로 규정하면서도 노조 설립 후 노조 아님 통보(법외노조 통보)에 대해서는 법률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으며 위임도 하지 않았다.

 

구 노조법에서는 행정당국에 의한 노동조합 해산명령제도를 규정했으나 이미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을 행정당국이 임의로 해산하는 것은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에 87년 노동법 개정 당시 해산명령제도는 폐지되었다.

 

하지만 그 후 5개월 만에 노태우 정권은 노조법 시행령으로 법외노조 통보제도를 노조법 시행령으로 도입하였으며 이는 사실상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노조해산명령과 동일하다. 오히려 노동위원회의 의결절차를 두지 않아 행정관청의 개입여지만 커졌다. 결국 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규정하지 않은 것임에도 헌법상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이 시행령에 근거한 것하고 시행령은 위헌무효이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법적 근거는 위법하다. 따라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노조법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므로 원심을 파기한다는 것이다.

 

20131024일 박근혜 정부가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근거로 노조 아님통보 처분을 통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밀어낸 지 만 7년만이다. 때늦은 판결이지만 사필귀정이다.

 

현행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노조 아님 통보 규정은 신고제로 운영하게 되어 있는 노동조합 단결권에 대해 사실상 허가제로 만드는 조항이다. 당연히 국제노동기구의 기본협약인 87결사의 자유협약에도 배치된다. 2017년 고용노동부에 설치했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에서도 해당조항에 대한 삭제권고를 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하지도 않았고 해당 시행령에 대한 삭제 계획조차 내지 않았다.

 

지난 5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대법관들조차도 법외노조 통보를 유지하고자 하는 게 올바른 태도인지 지적하고 행정적으로 노조 아님 통보의 효력을 취소하거나 철회하는 방법으로 원만히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낼 정도였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국내외적인 강력한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이르기까지 이 사안을 끌어 오면서 교사와 공무원들의 노조할 권리를 송두리 째 짓밟은 과오에 대해 당사자인 전교조와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정부는 잘못된 법외노조 통보처분으로 인해 당사자들이 감내해야 했을 엄청난 피해에 대해 원상회복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해고자 가입을 배제할 것을 조건으로 수리한 공무원노조에 대해서도 즉시 시정조치를 취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폭력으로 해고된 공무원노조 해고자들에 대한 원직복직특별법 제정 등 원상회복조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교사와 공무원의 실질적인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관련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 집권여당과 협의하여 ILO 기본협약 비준을 서둘러라. 이것만이 행정부가 저지른 노동권 침해의 과오를 진정으로 시정하는 길이다.

 

아울러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그늘에서 벗어나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최근 대법원은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에서 강행규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의칙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고 현대차노조의 유족 특별 채용 단협 효력에 대해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이유로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로써 말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대법원은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희망한다

이영재 기자
작성 2020.09.07 00:13 수정 2020.10.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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