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이 중국어교육의 모습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오는 10월 10일부터 11일까지 홍콩대학교가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제13회 국제 중국어 컴퓨터교육 심포지엄(TCLT13)은 올해 주제를 ‘대형언어모델 시대의 인간-AI 협업 중국어교육: 교수법, 평가와 공정성’으로 정했다. 최근 국제중문교육 분야에서 AI가 단순 보조도구가 아니라 핵심 연구 주제로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의 중국어 디지털교육은 전자사전이나 온라인 강의, 단어 암기 프로그램이 중심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학생이 생성형 AI와 중국어로 자유롭게 대화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게 문장을 고쳐 달라고 요청하며, 작문을 첨삭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교사도 변화하고 있다. 수업에 필요한 회화문을 학생 수준별로 여러 단계로 만들거나 특정 어법을 활용한 문제를 즉시 생성할 수 있다. 같은 본문도 초급·중급·고급 수준으로 다시 만들 수 있고, 학생의 관심 분야에 맞춰 읽기 자료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AI가 중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중국어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을 만들더라도 중국인이 실제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을 제시할 수 있다.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어휘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평가의 문제도 커지고 있다. 학생이 중국어 작문 과제를 제출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를 학생이 직접 작성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앞으로 외국어교육의 평가는 완성된 결과물만 보는 방식에서 학생이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자료를 비교했으며, AI의 답을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함께 보는 방향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중문교육 연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국제중문교육 관련 학술회의들은 AI를 활용한 제2언어 중국어교육, 디지털 교재, 교사의 디지털 소양 등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다. 9월 발행된 국제중문교육 전문 학술지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중국어+직업기능’ 교재와 국제중문교사의 디지털 역량에 관한 연구가 주요 주제로 실렸다.
한국의 중국어교육에도 시사점이 크다. 학생 수 감소와 제2외국어 선택 변화 속에서 중국어교육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순 암기식 수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이 AI와 직접 중국어로 대화하고, 중국의 실제 뉴스와 문화자료를 분석하며, 자신의 결과물을 만드는 수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사의 역할이 줄어든다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AI가 만들어 낸 수많은 자료 중 무엇을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고 학생에게 적절한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에서 학습을 설계하고 오류를 판단하는 전문가로 역할이 바뀌게 된다.
AI 시대 중국어교육의 핵심은 ‘AI가 사람을 대신할 것인가’가 아니다. 인간 교사와 AI가 어떤 역할을 나눌 것인가가 더 현실적인 질문이다. 10월 홍콩에서 열리는 국제회의가 ‘Human-AI Collaboration’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중국어교육계도 AI를 단순한 번역도구로 보는 단계에서 벗어나 중국어 말하기·쓰기·읽기·문화수업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국어교육의 새로운 경쟁력은 더 많은 단어를 외우게 하는 데 있지 않고 학생이 AI 시대에도 실제 중국어로 생각하고 소통하도록 만드는 데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제13회 국제 중국어 컴퓨터교육 심포지엄(TCLT13)
『국제중문교육』 2026년 제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