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박연우기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전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항행 안전과 국민·선박 보호에 기여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형태의 파병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분쟁과 국제 해운 피해>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중동에서 현재의 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9월 16일까지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에서 국제상선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80건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22명의 선원이 사망했다. IMO가 9월 24일 공개한 자료에서는 확인된 사건이 85건으로 늘었다.
에너지 수송량도 크게 감소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콘덴세이트(초경질 액체 탄화수소)·석유제품 수송량은 2025년 4분기 하루 평균 2160만 배럴에서 2026년 2분기 490만 배럴로 감소했다. LNG(액화천연가스) 수송량 역시 같은 기간 하루 평균 105억 입방피트에서 8억 입방피트로 줄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국제 에너지 수송량이 크게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자료: Kpler 자료를 바탕으로 화담일보 재구성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외교부 입장>
9월 17일 기준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파병 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외교부는 9월 8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항행을 조속히 회복하고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실질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기여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도 9월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 항행의 자유와 국민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구체적인 파병 사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논의하는 방향을 ‘파병’보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형태의 파병이나 군 자산 파견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다만 자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파견된 청해부대가 선박 수송로와 국민 안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며, 청해부대의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시민사회와 여론>
파병을 둘러싼 시민사회의 반대 움직임도 이어졌다. 9월 9일에는 인권·노동·종교·평화·민중 분야 등 601개 시민단체와 정당, 정치인이 참여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어 9월 12일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시민대행진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주최 측은 이날 행진에 540여 개 종교·시민단체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국민동의청원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타났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에 관한 청원’은 9월 17일부터 10월 17일까지 동의를 받는 가운데, 10월 2일 오후 2시 48분 기준 8,095명이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파병에 찬성하는 여론도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9월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군수지원함·폭발물 처리반 등 우리 군을 파병하는 데 대해 43.0%가 찬성했고 47.1%가 반대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8%였다. 찬반 격차는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논의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선박과 국민의 안전, 에너지 수송망을 어떻게 보호하고 국제사회의 항행 안전 회복 노력에 어느 수준으로 기여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향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 범위를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