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기고 비상, 방산 증산전

미사일 재고 급감에 생산 확대

K-방산에도 새 시장 가능성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소모한 미사일과 요격무기를 다시 채우기 위해 방산 생산체계의 전면적인 확대에 들어갔다. 단순한 신규 무기 구매를 넘어 생산시설 확충과 공급망 재편, 장기계약을 통한 생산능력 확보가 동시에 추진되는 양상이다. 미국 국방부는 방산업체에 기존보다 훨씬 빠른 생산계획을 요구했고, 록히드마틴과 RTX 등 주요 업체에는 수십억 달러를 넘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AI image.antnews>

이번 움직임은 이란전에서 드러난 탄약 소모가 미국의 방산 생산능력과 비축전략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8월 방산업계에 21일 이내에 핵심 무기의 생산과 납품을 대폭 앞당길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생산시설 확대와 자본투자, 생산주기 단축 방안까지 제출 대상에 포함됐다. 국방부는 이 같은 조치가 2028회계연도 국방예산 편성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과정에서 가장 큰 압박을 받은 분야는 정밀타격무기와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이다. 공개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이란전 초기 한 달 동안 미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50발 이상과 패트리엇·THAAD 요격미사일 1,000발 이상을 사용했다. 육군의 전술탄도미사일도 초기 몇 주 동안 1,300발 이상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CSIS는 이후 분석에서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가 전쟁 전보다 약 65% 감소해 1,000발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THAAD 역시 약 250발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이 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의미보다는 대규모 고강도 전쟁을 장기간 수행할 경우 현재의 생산속도로는 소모분을 신속하게 보충하기 어렵다는 산업적 문제에 가깝다. CSIS는 주요 미사일의 재고 회복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대응은 이미 계약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7월 미국 정부로부터 PAC-3 MSE 생산을 위한 최대 586억2,000만 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확보했다. 앞서 6월에는 THAAD 요격미사일 생산을 네 배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한 최대 350억 달러 규모의 7년 계약도 체결됐다. 록히드마틴의 2분기 미사일·화력통제 부문 매출은 41억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고, PAC-3와 THAAD 생산 확대가 주요 증가 요인으로 제시됐다. 회사 전체 수주잔고도 2,304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규모 계약이 곧바로 무기 생산량의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방산업계가 직면한 핵심 문제는 생산시설과 인력뿐 아니라 미사일을 구성하는 각종 부품과 추진체, 시험설비 등 공급망 전반의 병목이다. 평시 수요에 맞춰 유지돼 온 생산라인을 전시 수준으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설비와 숙련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협력업체까지 동시에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 미국 국방부가 단순히 주문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업체들에 시설 확장과 자본투자 계획까지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의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자체 비축분을 복구하는 데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할 경우 일부 무기체계의 해외 공급 일정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패트리엇과 같은 방공무기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서도 수요가 높은 체계여서 미국의 생산 확대가 글로벌 공급 부족을 단기간에 해소할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미국과 동맹국의 동시 재고 확충 수요가 생산능력을 웃돌 경우 방산 공급망 경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업계에는 새로운 진입 공간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자국 생산기반 확대를 핵심 안보정책으로 추진하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 요구되는 것은 현지 생산과 공급망 참여, 기술협력 등 동맹 기반의 산업협력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한화 측은 올해 미국 내 K9 자주포 관련 통합·시험시설을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 구축하고 미국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법인 역시 2026년 생산설비 확대·유지보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공시됐다.

 

미국의 이번 방산 증산은 단순한 전쟁 특수로만 보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란전에서 실제 무기 소모가 크게 발생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의 재무장,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까지 겹치면서 미국 방산업계가 장기간 높은 생산량을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장기계약을 통해 업체에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것도 일시적인 주문 증가보다 방산산업 기반 자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생산시설을 늘리고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에 감소한 비축분을 모두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미국이 얼마나 많은 무기를 주문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생산능력을 전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있다. 동시에 미국의 재고 회복 과정에서 동맹국의 조달 일정과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도 주요 변수이다. 한국 방산업계로서는 미국의 생산 공백을 단순히 활용하는 접근보다 현지 생산과 공급망 참여를 확대하고 미국의 방산산업 재편 과정에 장기적으로 결합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작성 2026.10.02 08:39 수정 2026.10.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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