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조은비기자] 미국이 유럽연합에 긴급 디젤 비축분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도 필요할 경우 회원국들의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중동 지역 공급 차질로 압박을 받고 있는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비축유 방출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9월 29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유럽연합 에너지 장관 회의를 앞두고 석유시장, 특히 디젤과 석유제품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롤 사무총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IEA 회원국들이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추가 방출이 IEA의 최우선 의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IEA 회원국들은 앞서 3월 11일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총 4억 배럴의 비상 비축유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 수치는 회원국들이 공급하기로 한 공동 대응 규모이며, 각국의 실제 방출량과는 구분된다. 미국은 1억7,220만 배럴을 기여하기로 했고, 유럽 회원국들은 원유와 정제 석유제품을 나눠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9월 29일 전략비축유에서 최대 4,000만 배럴의 원유를 교환하기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행했다. 이는 미국이 IEA 공동 대응에서 약속한 1억7,220만 배럴 가운데 일부를 이행하기 위한 절차로 설명됐다. 다만 입찰제안요청서 발행은 실제 원유 인도나 시장 공급이 모두 완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과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반면 일부 유럽 회원국은 약속한 원유와 석유제품 가운데 일부만 방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에 긴급 디젤 비축분을 방출할 것을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행정부가 특히 프랑스와 독일이 앞선 IEA 공동 방출 합의에 따른 비축유 방출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월 1일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프랑스와 독일에 비축유 방출을 요구하면서 유럽연합에 향후 6개월 동안 1억2,000만 배럴의 디젤을 방출해 달라는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미국 측이 요구한 방출 목표로, 유럽연합이나 회원국들이 실제로 방출한 물량을 뜻하지 않는다.
유럽 내 비축유가 부족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미국 측 주장과 유럽연합 측 설명에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9월 29일 석유조정그룹 회의에서 유럽의 석유 공급이 당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비상 비축유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디젤과 항공유 가격은 글로벌 시장의 공급 부족 영향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의 전략적 디젤 비축량 가운데 상당 부분이 프랑스와 독일에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가 보유한 비축량은 2025년 5월 기준 유럽연합 전체 전략적 디젤 비축량의 약 35%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2025년 5월 기준 보유 비중으로, 현재 실제 방출량이나 최근 비축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럽연합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IEA와 추가 방출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추가 방출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는 디젤 공급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IEA의 9월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보다 정제 석유제품 시장의 긴축이 더 두드러졌으며, 디젤과 가스오일 가격은 미국에서 9월 초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격은 특정 시점의 시장 가격으로, 비축유 방출량이나 각국의 실제 공급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동 지역의 정제유 수출 감소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약, 러시아 정유시설 차질 등이 디젤 공급 압박을 키운 요인으로 제시됐다.
미국은 유럽의 비축유 방출 요구와 함께 자국 내 경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경유 수출 제한과 정유업체의 자발적인 수출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9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경유 수출 제한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치들은 검토 단계로, 최종 시행 여부와 시행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쟁점은 미국의 대유럽 비축유 방출 요구가 실제 유럽 국가들의 추가 공급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IEA는 필요할 경우 추가 공동 방출을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지만, 유럽연합은 현재 비상 비축유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추가 방출 여부와 실제 공급 규모는 각국 협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별도로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