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최근 수년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미세먼지(에어로졸)가 감소하면서 태양 복사 차단 효과가 약해져 여름철 기온 상승을 일부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온실가스에 의한 장기적인 지구온난화와 별개로 지역적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추가 요인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1980년대 이후 에어로졸 배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여름철 낮 기온은 더 높아지고 밤 기온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유럽의 여름철 일교차를 약 0.5℃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관측자료와 기후모델, 인과추론 기법을 결합해 에어로졸 감소와 기온 변화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에어로졸은 산업 활동과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입자로,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산란시키고 구름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지표면으로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일부 줄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기오염 저감 정책으로 에어로졸 농도가 감소하면 그동안 존재했던 냉각 효과도 함께 줄어들어 지표면이 더 많은 태양복사를 흡수하게 된다. 이는 지역적인 기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온실가스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후과학계에서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폭염 증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장기 요인이라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에어로졸 감소는 이러한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 위에서 특정 지역의 폭염 강도를 추가로 높일 수 있는 보조적 요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유럽은 지난 10여 년 동안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강화하면서 미세먼지와 황산염 등 에어로졸 배출을 크게 줄였다. 이는 호흡기 질환 감소와 대기환경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복사가 증가하는 현상도 관측됐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변화가 여름철 폭염과 건조 현상을 일부 강화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2022년 유럽에서는 장기간 지속된 고기압과 토양 건조가 겹치며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남유럽을 중심으로 고온과 산불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한기상은 대기오염 감소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대기 순환 변화와 토양 수분 감소, 해수면 온도 상승, 온실가스 축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대기질 개선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반드시 동일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세먼지 저감은 국민 건강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지속돼야 하지만, 동시에 폭염에 대비한 도시 녹지 확대, 냉방 인프라 확충, 조기경보 체계 강화 등 기후 적응 정책도 함께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깨끗한 공기와 기후 안정이라는 두 목표는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한다.
이번 연구는 유럽 폭염이 온실가스 증가라는 장기적 배경 위에 에어로졸 감소와 기상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기후정책은 대기질과 기후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