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6일 수요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가 맞닿은 히말라야 국경에서 물의 벽이 계곡을 쓸고 내려갔다. 네팔 경찰은 그날 늦게까지 157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재난의 크기를 말해 주는 것은 그 숫자가 아니다. 실종자 403명, 그중 외국인이 341명이다. 최소 26개국 국민이 그 골짜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한국인들도 있다.
무엇이 무너졌는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몇 주가 걸릴 것이다. 다만 국제 과학자들의 잠정적 판단은 이미 나왔다.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아래 계곡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사태가 같은 시각 발생하면서 얼음과 바위가 뒤섞인 덩어리가 빠르게 쏟아져 내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몬순 기간이라 산비탈의 퇴적물이 이미 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굴러 내려가던 덩어리가 그 퇴적물을 끌어모으면서 부피가 불어났고, 결국 거대한 물의 벽이 만들어졌다.
네팔의 몬순은 6월에서 9월까지다. 해마다 남아시아 전역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반복된다. 다만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두 나라의 집계
피해가 집중된 곳은 티베트와 국경을 맞댄 네팔 라수와군, 그리고 그 아래쪽 누와코트군이다. 네팔 경찰은 수요일 늦게까지 157구를 수습했고 최소 4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구조대는 위험 지역 주민의 이동을 계속하고 있다. 국경 너머 중국 쪽 집계는 따로 나왔다. 관영 매체에 따르면 티베트 지룽현에서 3명이 숨지고 250명 넘게 실종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네팔 관광부가 발표한 실종자는 403명이다. 그 가운데 341명이 외국인이다. 양쪽 당국 모두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종자 명단이 말하는 것
이 명단의 구성이 이번 재난의 성격을 드러낸다. 네팔 관광청 대변인에 따르면 실종자 가운데 133명이 인도인이다. 티베트의 카일라스산으로 향하던 순례객들이다. 힌두교도에게 이 산은 신성한 곳이며, 지금이 그 순례의 성수기다. 이어 미국 47명, 호주 34명, 영국 33명, 캐나다 24명이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자국민 11명과 연락이 끊겼다는 보고를 여행사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다. 우리 정부는 네팔에서 수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던 한국 국민이 실종자에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인원과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중국과 네팔을 잇는 주요 국경 통과 지점이 흙더미에 삼켜지는 장면이 담겼다. 걸린 시간은 1분이 되지 않았다. 피하려던 사람들이 그 안에 있었다.
네팔 총리는 국민에게 단결을 호소했다.
같은 물에 휩쓸린 두 갈래 길, 이 골짜기에서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시각에 사라졌다. 한쪽은 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카일라스는 평생 한 번 가기를 소원하는 순례지다. 다른 쪽은 전기를 만들러 온 길이었다. 히말라야의 급류는 수력발전에 좋은 조건이고, 그래서 여러 나라의 기술자들이 그 계곡으로 들어간다.
히말라야의 빙하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얼음에 속한다. 그 아래 계곡에는 순례길이 있고 발전소가 있고 국경 시장이 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