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음식배달과 차량호출 등 플랫폼 노동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와 제조업 자동화, 청년층의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대졸자와 공장 노동자까지 플랫폼 일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중국 고용시장의 새로운 안전판으로 자리 잡았지만, 노동자 과잉과 소득 감소, 불안정한 사회보장 문제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음식배달원과 택배기사, 차량호출 운전기사, 온라인 방송 진행자 등 ‘신취업 형태’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8,40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음식배달 종사자는 약 1,600만 명, 차량호출 운전기사는 약 3,720만 명으로 두 업종만 합쳐도 5,300만 명을 넘어선다.
시간제 근로자와 프리랜서,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는 중국의 유연고용 인구는 공식적으로 2억4,0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신취업형태연구센터는 이 인구가 2025년 약 2억8,000만 명에서 2026년 3억2,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 전체 노동인구 약 7억2,500만 명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플랫폼 일자리가 급증한 배경에는 전통산업의 고용창출력 약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시장 침체로 건설과 관련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줄었고, 제조업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신중해지면서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한 대학 졸업자도 배달과 차량호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 증가 속도가 실제 수요 증가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일부 공항에서는 차량호출 운전기사가 승객 한 명을 태우기 위해 최대 10시간을 기다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선전 등 최소 4개 도시는 올해 들어 차량호출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며 신규 진입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소득에서도 업종별 차이가 확인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25년 중국 음식배달원의 시간당 평균소득은 37.3위안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반면 차량호출 운전기사의 임금은 평균 1.8% 감소했다. 운전자 수 증가와 플랫폼 수수료, 장시간 대기, 차량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소득 감소 폭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노동은 진입장벽이 낮고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직자와 농민공, 청년에게 즉시 소득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침체기에 대규모 실업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근로계약과 최저임금, 유급휴가, 퇴직금 등의 보호를 받기 어렵고, 사고나 질병으로 일을 멈추면 소득이 바로 끊길 가능성이 크다.
알고리즘에 따른 업무 배정도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배달원은 짧게 설정된 배달시간을 맞추기 위해 교통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차량호출 기사는 배차방식과 요금 산정 기준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고객평가와 주문 수락률이 소득과 직결되지만 노동자가 플랫폼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4월 신취업 형태 노동자의 권익보호 지침을 발표했다. 플랫폼기업에 업무량과 노동강도를 고려한 합리적인 보수를 지급하고 임금을 제때 정산하도록 요구한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도 강화한다. 기업이 소득분배와 가격, 배달시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을 변경할 때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지나친 가격경쟁을 통해 노동자의 보수를 낮추는 이른바 ‘내권식 경쟁’도 억제하기로 했다. 산재보험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주택공적금 제도에 플랫폼 노동자를 단계적으로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지침이 실제 근로조건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무지역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기 때문에 고용관계를 특정하기 어렵다. 기업이 노동자를 정식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나 외주인력으로 분류하면 기존 노동법과 사회보험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의 플랫폼 노동 확대는 디지털경제의 성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배달과 차량호출 시장으로 이동하는 ‘불완전고용’의 성격도 강하기 때문이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는 현상은 중국 노동시장에서 일자리의 수보다 질이 더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플랫폼 노동자 8,400만 명이라는 통계는 중국 디지털산업의 성장성과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플랫폼 경제가 단순한 실업 완충장치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자리 잡으려면 적정 보수와 사회보험, 알고리즘 투명성, 노동자의 협상권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새로운 보호정책이 수천만 플랫폼 노동자의 삶을 실제로 바꿀 수 있을지가 향후 중국 고용정책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