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라싸열(Lassa fever)'이라는 낯선 이름의 열병 앞에서 신음한다. 2026년 들어서만 확진 1,000명, 사망 237명이다. 쥐를 매개로 사람에게 옮겨붙는 이 바이러스는 치명률을 23.7%까지 끌어올리며,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마저 감염의 사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금 그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쥐의 발자국을 따라온 바이러스
라싸열은 1969년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에서 처음 확인된 바이러스성 출혈열이다. 주로 감염된 쥐의 배설물에 닿거나 오염된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옮고, 이후 사람 사이에서도 전파된다. 심하면 눈·코·입에서 피가 새어 나오는 치명적 증세로 번진다. 말리·토고·가나·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며, 나이지리아는 2019년 1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큼 오랜 세월 이 병과 싸워 왔다.
숫자로 드러난 위기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예방센터(NCDC)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확진자는 1,000명, 사망자는 237명에 이른다. 전국 36개 주 가운데 23개 주, 116개 지방정부 구역에서 환자가 나왔다. 치명률은 23.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8%보다 크게 뛰었다. 당국은 환자들이 병을 뒤늦게 알아차려 치료 시기를 놓친 점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가장 많이 걸린 연령대는 21~30세이며, 확진의 다수는 온도·바우치·타라바·에도·베누에 다섯 개 주에 몰려 있다.
무너지는 방역 최전선
7월 20일부터 26일 사이에도 새 확진 17명, 사망 6명이 보고됐다. 더 무거운 대목은 의료진이다. 올해 감염된 보건 종사자는 53명에 달한다. 환자를 살리려던 손길이 도리어 병에 노출되는 역설 앞에서, 방역의 최전선이 흔들린다. NCDC는 확진이 많은 주의 의료진을 지키기 위해 30일 단위의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작은 쥐 한 마리가 남긴 물음
2025년 한 해 190명이던 사망자는 올해 7개월 만에 그 수를 넘어섰다. 라싸열은 백신도, 특효약도 넉넉지 않은 병이다. 결국 답은 예방에 있다. 쥐를 멀리하고, 열이 오르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 왜 매년 수백 생명 앞에서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작은 설치류 한 마리가 던진 물음이, 지금 서아프리카의 여름을 무겁게 짓누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