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중국 AI·오피스 업계에서 눈여겨볼 만한 일이 잇따라 나왔다. 알리바바의 기업용 AI Agent 제품 ‘첸원 오피스(千问办公·QwenWork)’가 화웨이의 홍몽(HarmonyOS) PC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정식으로 올라갔다. 같은 날 중국신통원(中国信通院·CAICT)은 ‘인터넷 에이전트 거버넌스·오피스 에이전트 능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첸원 오피스는 해당 평가를 통과한 첫 오피스 Agent 제품으로 소개됐다.
IT즈지아(IT之家)에 따르면 이번 평가에서는 지능형 상호작용과 멀티모달 능력, 전 시나리오 업무 실행 능력, 보안 방어, Skills 관리 등 4개 영역을 중심으로 16개 테스트가 진행됐으며, 첸원 오피스는 모두 평가 기준을 충족했다. 같은 날 홍멍(鸿蒙) PC용 애플리케이션까지 출시되면서 첸원 오피스는 Windows, macOS, HarmonyOS 등 세 가지 데스크톱 운영체제를 지원하게 됐다. 겉으로 보면 하나는 제품 출시이고 다른 하나는 능력 평가다.
그러나 두 사건을 함께 놓고 보면 보다 중요한 변화가 보인다. AI 오피스의 경쟁 기준이 ‘얼마나 잘 대답하는가’에서 ‘실제 업무를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AI가 잘 대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성형 AI가 사무실에 들어온 이후 가장 빠르게 확산된 기능은 문서 작성, 요약, 번역, 검색이었다.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문장을 작성해주고, 회의록을 넣으면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자료를 입력하면 발표자료의 목차도 만들어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다. AI가 답을 만든 뒤에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남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다시 편집하고, 표를 정리하고, PPT를 만들고, 파일을 저장하고, 이메일이나 협업 플랫폼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
AI가 업무의 일부를 대신했지만 업무 자체를 끝낸 것은 아니다. 첸원 오피스가 보여주는 방향은 이 지점에서 다르다. 알리바바는 8월 초 첸원 오피스 공개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이 제품을 개인과 기업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용 Agent로 소개했다. 신화망은 첸원 오피스가 QoderWork, MuleRun, 우콩(悟空) 등 여러 Agent 제품을 통합하고 데스크톱 Agent, 클라우드 Agent, 기업 협업 Agent를 지원하는 형태로 설계됐다고 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답변’보다 ‘결과물’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PPT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실제 PPT 파일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아니라 제출할 수 있는 보고서다. 웹페이지를 만드는 코드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AI가 정보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업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발표한 첸원 오피스의 핵심은 ‘기능의 숫자’가 아니다. 첸원 오피스가 내세우는 기능은 다양하다. 기업용 메신저를 활용한 업무 작성, Office 문서 생성과 편집, 멀티모달 콘텐츠 이해, 웹페이지 생성, 전문 데이터 소스 연동, 사용자 정의 Skills와 전문가 기능 등이 주요 축이다. PChome 등 중국 매체는 첸원 오피스가 PPT와 문서, 웹페이지 등 업무 결과물을 직접 생성하는 기능을 주요 특징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개별 기능만 보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문서 생성 AI도 이미 시장에 있고, 데이터 분석 AI도 있다. 웹페이지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멀티모달 AI 역시 주요 경쟁 분야다. 중요한 것은 이 기능들이 하나의 업무 흐름으로 연결되는가다.
예를 들어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AI라면 분석 결과를 보여주는 데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업무형 Agent라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한 뒤 PPT를 만들고,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고, 업무 시스템에 결과물을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단계까지 이어갈 수 있다. AI의 가치가 답변의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이유다. 얼마나 적은 개입으로 업무를 끝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AI 오피스의 경쟁축이 모델 성능에서 업무 수행 능력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딩톡(钉钉, Dīng Dīng이지만 일반적인 영어 표현은 Ding Talk이다)과 연결되면 AI의 역할이 달라진다. 첸원 오피스의 또 다른 특징은 알리바바의 기업용 협업 플랫폼 딩톡(钉钉)과의 결합이다. 신화망은 공개 테스트 당시 첸원 오피스가 딩톡과의 연동을 시작했으며 기업의 실제 데이터와 업무 흐름으로 연결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부분은 기업용 Agent 시장에서 특히 중요하다.
기업의 업무 데이터는 한곳에 모여 있지 않다. 메신저에는 업무 지시가 남는다. 회의 시스템에는 논의 내용이 저장된다. 이메일에는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쌓인다. 문서 시스템에는 보고서가 보관된다. 결재 시스템에는 승인 기록이 남고, 지식베이스에는 조직의 업무 경험이 축적된다. 따라서 기업용 AI의 성능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업무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지, 연결된 데이터를 어떤 권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데이터를 이용해 어디까지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첸원 오피스가 딩톡과 결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별도의 창이 아니라 기존 업무 환경 안에서 움직이는 Agent가 되려는 것이다. 이것은 AI 서비스의 사용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사용자가 AI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용자의 업무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홍몽 PC 출시는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AI’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8월 6일 첸원 오피스는 홍몽 PC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정식으로 올라갔다. CNMO 등에 따르면 첸원 오피스와 홍몽 측은 시스템 호환, 로그인 과정, 브라우저 호출, 권한 관리 등의 영역에서 협력했고 개발부터 테스트, 출시까지 약 20일 동안 진행했다. 홍몽 환경에 맞춰 알림과 권한 관리 체계를 적용하고 브라우저 자동화 기능도 연계했다. 이 사실은 단순히 ‘홍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AI Agent가 운영체제와 브라우저, 협업 플랫폼 등 실제 업무 환경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Agent는 독립적인 채팅창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파일을 열어야 하고 브라우저를 호출해야 한다. 문서를 작성하고 저장해야 하며 기업용 서비스와 연결돼야 한다. 사용자 권한 체계도 따라야 한다. 결국 AI Agent의 경쟁은 어떤 모델을 사용하는가뿐 아니라 어떤 컴퓨팅 환경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어가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용 AI의 승부처는 ‘업무 연결’이다. AI 오피스가 진화하면 사용자는 점점 AI에게 완성된 명령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료를 분석해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자료를 분석해서 임원 보고용 PPT로 만들고, 관련 문서를 정리한 뒤 팀 공유 폴더에 올려줘”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때 AI가 해야 하는 일은 단순한 언어 생성이 아니다. 파일을 읽어야 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며, 문서를 생성해야 한다. 필요한 도구를 호출하고 업무 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
결과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검색 도구나 문서 작성 보조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업무 수행 계층’으로 변한다. 첸원 오피스가 보여주는 전략도 여기에 있다. Qwen 계열 모델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Agent를 업무 시스템에 연결하고, 여러 형태의 Agent를 하나의 제품 안에 통합하고, PC 운영체제와 기업 협업 플랫폼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홍몽 PC 출시는 하나의 운영체제를 추가로 지원한 사건이라기보다 AI Agent의 활동 공간을 넓힌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AI 앱’에서 ‘업무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다. AI Agent가 계속 발전한다면 앞으로의 모습은 지금의 AI 앱과 다를 수 있다. 처음에는 AI가 들어 있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업무 시스템과 연결되고 조직의 데이터와 지식, 권한 체계와 결합하면 역할이 달라진다. AI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업무를 연결하는 중간 계층이 될 수 있다. PC에서 시작한 업무가 클라우드로 이어지고, 다시 모바일과 협업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신화망은 첸원 오피스가 향후 독립 모바일 앱과 멀티 디바이스 연동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방향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AI는 더 이상 ‘AI를 쓰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여러 업무 시스템 사이에서 작업을 이어주는 존재가 된다. 그때부터 AI 오피스의 경쟁은 완전히 달라진다. 누가 더 자연스럽게 업무를 연결하는가? 누가 더 적은 사용자 개입으로 결과물을 완성하는가? 누가 더 많은 기업 시스템과 연결되는가? 이것이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AI가 더 많은 일을 할수록 기업은 더 많은 권한을 AI에게 넘겨야 한다. 그렇다면 그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잘못된 명령이나 악의적인 프롬프트가 들어왔을 때 AI를 어떻게 멈출 것인가? 기업 데이터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이 질문은 AI 오피스의 다음 단계에서 피할 수 없다.
2부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룬다.
중국신통원이 왜 오피스 Agent의 기능뿐 아니라 보안과 Skills 관리까지 평가했는지, Agent의 자율성과 기업의 통제 가능성을 어떻게 함께 확보해야 하는지, 그리고 중국의 AI Agent 경쟁이 국제 표준화와 어떤 맥락에서 만나는지를 살펴본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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