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AI 산업을 보면 개별 기술의 발전보다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AI 모델 활용, 제조업 자동화, 휴머노이드 로봇 정책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은 AI를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 수단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지표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AI 경쟁은 오랫동안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경쟁의 기준이 모델 자체에서 산업 생태계 전체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첫 번째 변화는 AI 모델의 실제 활용 규모다. 글로벌 AI 모델 통합 플랫폼인 OpenRouter의 주간 집계(7월 20~26일 기준)에 따르면 샤오미의 MiMo-V2.5가 주간 10조5천억 토큰(Token) 처리량으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집계에서 상위 5개 모델 모두 중국 기업이 개발한 모델이었다. 다만 이 순위는 OpenRouter 플랫폼에서 집계된 개발자 이용량을 기준으로 한 통계이며, 전 세계 모든 AI 서비스 이용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순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 경쟁력이 벤치마크 성능이 아니라 실제 개발자 생태계에서 얼마나 많이 활용되는지로 평가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오픈소스 전략과 비교적 낮은 추론 비용을 앞세워 글로벌 개발자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AI와 제조업의 결합 속도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53만8천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AI 기술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제조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세 번째 변화는 국가 차원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략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 확대를 추진하며 대표적인 산업 현장에서의 상시 운용과 대규모 보급을 목표로 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AI를 소프트웨어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전반의 생산 시스템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흐름은 서로 독립된 현상이 아니다. AI 모델은 디지털 두뇌를 제공하고, 산업용 로봇은 물리적 실행력을 담당하며, 국가 정책은 이를 산업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모델 개발, 컴퓨팅 인프라, 제조업, 로봇, 정책금융, 산업 적용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중국중철이 바이두의 AI 에이전트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한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형 국유기업이 AI를 단순한 업무지원 도구가 아니라 생산 시스템의 핵심 플랫폼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국 AI 산업은 이미 실증 단계에서 산업 확산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국내 AI 경쟁은 여전히 모델 성능이나 신규 서비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AI를 제조업과 인프라, 로봇, 공급망, 공공부문까지 연결하는 산업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하나의 뛰어난 모델에서 나오지 않는다. 개발자가 사용하는 플랫폼, 기업이 운영하는 생산 시스템, 정부의 산업 정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조 역량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중국 AI의 최근 행보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AI를 산업 전체에 가장 깊게 스며들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이비즈타임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