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인프라 기업인 중국중철(中国中铁)이 바이두(百度)의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장기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창신창(全栈信创) 기반의 국산 기술 스택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사업은 중국 AI 산업이 모델 경쟁을 넘어 산업 인프라 구축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생성형 AI 시장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성능과 추론 능력을 중심으로 경쟁이 전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용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이두의 중국중철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다.

중국 언론 보도와 입찰 공고에 따르면 중국중철 산하 중철국자자산관리유한공사는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베이징바이두왕쉰과기유한공사(北京百度网讯科技有限公司)를 선정했다. 플랫폼은 장기적으로 50만 명 이상의 등록을 지원하는 규모로 설계되며, 전창신창 기반의 기술 환경을 적용하도록 요구받았다.
이번 사업은 일반적인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과는 성격이 다르다. 입찰 조건에는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멀티모달 대형모델 연동, 중앙집중형 컴퓨팅 자원 관리, 3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 템플릿 구축, 10개 이상의 전문 AI 에이전트 개발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교량과 터널, 철도, 도로 등 각종 설계도면을 AI가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능까지 요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AI를 단순한 업무 지원 도구가 아니라 건설·인프라 산업의 핵심 생산 과정에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창신창(全栈信创)' 요구 사항이다. 이는 반도체와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등 시스템 전반을 중국 자체 기술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자립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AI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AI 플랫폼 경쟁의 본질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례는 AI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더 똑똑한 챗봇이 아니다. 대규모 조직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존 업무 시스템과 연결되는 AI 운영체계, 산업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 입찰 문서에 포함된 MCP, Skills, A2A 등 다양한 프로토콜 지원 요구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가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형 AI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중국중철 사례는 개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중국 AI 산업 전체의 변화를 상징한다. 중국어 원문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산업용 로봇 생산 확대와 AI 플랫폼 보급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AI 기술의 활용 범위도 인터넷 서비스를 넘어 제조업과 건설, 공공 인프라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AI 경쟁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제 산업 운영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이두를 비롯해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주요 기업의 경쟁 역시 모델 성능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AI를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변화
이번 사례는 한국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 기업들이 AI를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조직이 요구하는 AI 플랫폼은 보안과 기술 자립, 대규모 사용자 수용 능력, 산업별 업무 특화 기능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협력하거나 중국 시장을 분석할 때에는 AI 모델 자체보다 산업 플랫폼과 기술 표준, 공급망 전략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AI 경쟁의 무게중심은 이미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 것인가'에서 '누가 산업 전체를 연결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중철의 이번 선택은 그 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용어의 설명>
중국중철(中国中铁股份有限公司)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초대형 국영 건설 기업으로 세계 최대의 종합 건설사 중 하나이며, 철도, 고속도로, 도시 철도, 교량, 터널 등 기반 시설 건설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역사는 1950년 설립된 중국 철도부 공정총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2007년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상장되었고, 중국 철도 건설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중국 전체 철도 총 연장의 3분의 2 이상, 전기 철도의 90%, 고속도로 총 연장의 8분의 1, 도시 철도 공사의 5분의 3을 건설했다. 또한 터널 굴착기(TBM)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쉴드 머신(Shield Machine)은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대일로(一带一路)'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등 해외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전창신창(全栈信创, 전체 스택 신뢰성 창신)이란 정보 기술 응용 혁신(信创, Xinchuang) 분야에서 모든 기술 계층을 망라하는 포괄적인 자립화 및 통제 가능성을 의미한다. 기존의 '신창(信创)'이 특정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에 중점을 두었다면, '전창신창'은 관점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인프라에서 응용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으로 확장한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프라 계층으로 CPU,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의 국산화를 의미하고, 기반 소프트웨어 계층으로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의 국산화, 그리고 플랫폼 및 서비스 계층으로 클라우드 플랫폼, 데이터 플랫폼 등 기술 중간 계층의 자립화를 의미하며, 업무 응용 계층으로 각종 업무 시스템(사무, 금융 등)의 국산화 전환한다는 뜻이며, 보안 계층으로 전술한 상기 계층 전반에 걸친 자립 가능한 보안 체계 구축을 말한다. 즉, 특정 부품 하나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스택 전체를 국산화된 제품과 기술로 구성하여 완성도 높은 독립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은행의 핵심 업무 시스템, 의료 정보 시스템, 정부 및 공공기관의 디지털 인프라 등 안정성과 보안이 핵심인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전창신창을 통해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고 보안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분산 아키텍처, 클라우드 네이티브 등 현대적인 기술을 수용하여 시스템의 확장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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