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가 AI 사업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표면적으로는 조직 개편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인사 이동이나 부서 통합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개편은 바이트댄스가 앞으로 AI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성장시키고, 기업 시장(B2B)을 어떻게 공략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7월 30일 바이트댄스는 AI 사업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업용 협업 플랫폼인 페이수(飞书·Lark)와 생성형 AI 서비스 더우바오(豆包)를 하나의 제품 조직으로 묶고, 기업 영업 조직은 클라우드 플랫폼 화산엔진(火山引擎)과 통합하는 것이다. 조직도만 보면 단순한 개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바이트댄스가 AI를 기존 서비스에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회사의 사업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가 중심이 되고 서비스가 주변이 되었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페이수 제품 조직이 더우바오 제품 조직으로 편입됐다는 점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더우바오 제품 조직은 기존 더우바오 책임자인 자오치(赵祺)가 총괄한다. 그동안 페이수를 이끌어온 셰신(谢欣)은 자오치에게 보고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기업 시장을 담당하는 조직도 크게 달라졌다. 기존 페이수의 GTM(Go-To-Market, 시장·영업·고객지원) 조직은 화산엔진과 통합돼 ‘크리에이티비티 서비스 플랫폼(Creativity Service Platform)’이라는 새로운 조직으로 재편됐다. 이 조직은 화산엔진 책임자인 탄다이(谭待)가 총괄한다. 제품 개발은 더우바오가, 기업 영업과 고객 지원은 화산엔진이 각각 중심축이 되는 구조다.
반면 바이트댄스는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페이수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유지하지만, 제품 전략과 조직 운영은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페이수는 왜 중심에서 한발 물러섰나? 페이수는 바이트댄스가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운 대표적인 기업용 협업 플랫폼이다. 2016년 내부 프로젝트 'Lark'로 시작해 2019년 외부 기업에 서비스를 공개했고, 이후 중국 기업용 협업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딩딩과 경쟁하는 대표 SaaS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문서 작성, 메신저, 화상회의, 일정 관리, 프로젝트 협업 등 기업 업무에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며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과거 기업들이 협업 도구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를 선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서를 저장하는 기능보다 문서를 초안부터 작성해주는 AI가 중요해졌고, 회의를 연결하는 기능보다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하고 실행 과제를 도출하는 AI가 더 높은 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협업 플랫폼의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다. AI가 업무의 중심이 되고, 협업 도구는 AI가 활용하는 하나의 기능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바이트댄스가 이번 조직 개편에서 더우바오를 중심축으로 세운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조직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제품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직 개편 이전부터 제품 통합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이트댄스는 이번 발표와 함께 더우바오 기업용 버전(Enterprise Edition)이 일부 페이수 고객을 대상으로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업용 더우바오는 기존 생성형 AI 기능에 페이수의 업무 환경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페이수 문서와 스프레드시트, 화상회의, 그룹 채팅, 기업 지식베이스를 AI와 연동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분리, 권한 관리, 보안 감사 기능 등 기업 고객이 요구하는 보안 체계도 함께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AI를 업무 도구에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환경 전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보고 체계이다.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사람보다 의사결정 구조다. 그동안 더우바오, 페이수, 화산엔진은 각각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됐다. 제품 전략도 달랐고, 영업 조직도 따로 움직였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의사결정을 늦추고 자원 중복을 초래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 개발은 더우바오, 기업 영업은 화산엔진으로 권한을 집중시켰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AI 모델과 협업 플랫폼,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나의 창구에서 도입할 수 있고, 바이트댄스 입장에서는 중복 개발과 내부 경쟁을 줄이면서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AI 산업에서 조직의 실행 속도가 기술 경쟁력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은 바이트댄스만의 사례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은 기존 사업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개별 제품을 따로 성장시키기보다 AI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트댄스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우바오를 AI 플랫폼의 중심으로 세우고, 페이수와 화산엔진을 각각 업무 환경과 기업 서비스의 축으로 재배치했다. 결국 이번 조직 개편은 '페이수를 접었다'기보다 AI 시대에 맞게 역할을 다시 정의한 것에 가깝다.
<기자의 시각>
바이트댄스의 이번 조직 개편은 단순한 인사 뉴스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조직 구조까지 AI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AI가 더 이상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기업의 업무 환경을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협업 플랫폼 위에 AI 기능을 추가했다면, 이제는 AI를 중심에 두고 협업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이는 앞으로 AI 경쟁이 단순한 모델 성능을 넘어 조직 운영, 제품 전략, 기업 고객 확보 능력까지 포함하는 종합 경쟁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음 회 예고
〈AI 패권전쟁 특별기획②〉
'토큰 180조 시대…바이트댄스는 왜 AI ToB에 올인했나'
더우바오 기업용 버전의 등장과 화산엔진의 MaaS(Model as a Service) 전략, 그리고 바이트댄스가 AI 기업에서 AI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를 심층 분석한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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