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와 중부 지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직면하면서 전력망이 한계에 가까운 부하를 견디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으로 늘어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동시에 겹치면서 미국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동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약 1억3천만 명을 대상으로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뉴욕과 워싱턴DC 등 주요 도시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38~40도까지 상승했으며 높은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는 일부 지역에서 46도에 달했다. 기상당국은 독립기념일 연휴까지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했고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 인터커넥션의 최대 전력 수요는 약 163GW까지 상승해 2006년 기록한 최고치인 165.6GW에 근접했다. 예비 전력도 빠르게 감소하면서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력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전력 가격은 평시 대비 최대 240% 이상 상승했고 뉴욕 지역 역시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버지니아 북부 일부 전력시장에서는 실시간 전력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2,500달러를 넘어서며 전력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전력망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동부와 중서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15만 가구 이상이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을 받지 못했고 뉴욕주에서도 수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일부 지방정부는 송전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냉방기 사용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고 전압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조치도 시행했다.
이번 전력 위기는 단순한 폭염만의 문제가 아니라 AI 산업 성장에 따른 구조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어지고 있으며, 대규모 GPU 서버를 운영하기 위한 막대한 전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은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데이터센터는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디젤 발전기 사용 증가에 따른 대기오염 문제도 새로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공급 안정성과 환경 규제 사이의 균형이 새로운 정책 과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가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올해 여름 평균 냉방비는 지난해보다 약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고온 현상이 반복될 경우 에너지 비용 상승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염은 독립기념일 연휴 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행 자제 권고가 내려졌고 항공권과 숙박요금도 수요 증가와 전력 불안정이 겹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행객이 집중되는 시기에 폭염과 전력 공급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교통과 관광산업 전반에도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이상기후를 넘어 미국 전력 인프라가 새로운 산업 환경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AI 산업은 향후 수년간 전력 소비 증가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발전 설비와 송배전망 확충은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폭염과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동시에 지속될 경우 여름철마다 전력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이 반복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AI 경쟁력이 결국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확보와 에너지 공급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