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산업이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차세대 AI 영상 생성 모델 '시던스(Seedance) 2.5'를 공개하면서 AI 영상 시장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이번 발표는 단순한 모델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AI 영상 생성 기술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미국 빅테크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매출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화산엔진(火山引擎) 원동력 콘퍼런스에서 바이트댄스는 차세대 AI 영상 생성 모델 시던스 2.5를 공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개 시점이다. 불과 하루 전 알리바바(Alibaba)는 AI 영상 생성 모델 해피호스(HappyHorse) 1.1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발표 시점이 우연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AI 영상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현재 중국 AI 모델 산업은 단순한 연구개발 경쟁을 넘어 상용화와 수익성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시던스 2.5의 핵심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영상 길이다. 기존 시던스 2.0이 최대 15초 영상 생성에 머물렀다면 시던스 2.5는 최대 30초까지 지원한다. 영상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나면서 보다 복잡한 장면 구성과 연속적인 서사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는 광고, 숏폼드라마, 마케팅 콘텐츠 제작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에는 여러 개의 짧은 영상을 연결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한 번에 더 긴 장면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멀티모달 참조 능력이다. 이미지와 영상, 오디오 등 최대 50개의 참조 자료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 12개에서 네 배 이상 확장된 수치다.
세 번째는 정밀한 편집 기능이다. 업계 최초로 공개된 3D 화이트 모델(White Model) 기반 프리뷰 기능은 기존 AI 영상 생성의 한계를 크게 줄일 것으로 평가된다. 사용자는 3D 뼈대와 스타일만 지정하면 되고, AI는 이를 바탕으로 실제 영상 수준의 결과물을 생성한다. 기존 영상의 카메라 움직임과 조명은 그대로 유지한 채 등장인물만 교체하는 작업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네이티브 4K 화질 지원까지 추가되면서 시던스는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전문 영상 제작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키워드는 저우싱츠(周星驰)였다. 바이트댄스는 저우싱츠의 대표 영화 장면을 AI 창작 템플릿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현재 저우싱츠 IP 템플릿은 하루 10만 건 이상의 인터랙션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모델 자체보다 AI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AI가 영상을 만드는 시대에서 이제는 무엇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인가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던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시던스 시리즈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매출은 10억 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AI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수익 구조다. 시던스 사업의 대부분은 기업 고객(B2B) 대상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바이트댄스는 화산엔진을 통해 MaaS(Model as a Service)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AI 모델 자체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매출총이익률은 약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API 사용료 10달러를 판매하면 실제 연산 비용은 약 3달러 수준이라는 의미다. AI 모델이 팔릴수록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같은 AI 영상 생성 기술이지만 오픈AI(OpenAI)의 소라(Sora)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오픈AI는 올해 3월 소라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샘 올트먼(Sam Altman)은 연산 자원 문제를 이유로 들었고, 연구팀은 장기적인 세계모델(World Model) 연구와 로봇 분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는 소라의 연간 운영 손실 규모를 54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반면 사용자 유지율은 매우 낮았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소라의 30일 이용자 잔존율은 1%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업 모델이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TikTok)과 더우인(抖音), 화산엔진 등 기존 생태계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산업 현장에 연결했다. 반면 오픈AI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수익화 경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시던스는 소라의 경쟁자 정도로 평가받았다. 전환점은 올해 즉, 2026년 2월이었다. 시던스 2.0 베타가 공개되자 중국 유명 테크 크리에이터 영상기풍(影视飓风)은 리뷰 영상에서 여러 차례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 '흑신화 : 오공(黑神话:悟空)' 제작자 펑지(冯骥)는 "AIGC의 유년기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스파이더맨, 데드풀, 기묘한 이야기 등 저작권 캐릭터 생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디즈니,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등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그럼에도 상업적 성과는 계속 확대됐다.
중국 경제매체 36Kr에 따르면 화산엔진의 토큰 소비량은 매월 약 40% 성장하고 있으며 MaaS 사업의 연간 매출 목표도 150억 위안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재 중국 AI 영상 기반 숏폼드라마 시장에서 시던스의 점유율은 약 95% 수준으로 추정된다. 물론 시장이 시던스의 독주 체제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중국 AI 영상 모델 시장 점유율을 다음과 같이 추정한다.
시던스 약 80%, 커링(可灵) 약 14%, 완샹(万相) 2.7 약 4%, 해피호스 약 1% 미만으로 시던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콰이쇼우(快手)의 커링(可灵)이다. 커링은 올해 초 3.0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영화 수준의 영상 생성 능력을 선보였다. 연간 반복 매출은 5억 달러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콰이쇼우는 커링 사업 분사와 함께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완샹 2.7과 해피호스를 앞세워 추격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픽스버스(PixVerse)를 서비스하는 아이스테크놀로지(爱诗科技)와 구글(Google)의 제미나이 옴니(Gemini Omni)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기술보다 생태계다. AI 영상 모델은 더 이상 연구실의 기술 시연이 아니다. 광고 제작, 엔터테인먼트, 게임, 전자상거래, 숏폼드라마, 디지털 마케팅 등 실제 산업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 콘텐츠 플랫폼, 창작자 생태계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개별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AI 경쟁은 단순히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다. 어떤 산업에 연결할 것인지, 어떤 수익 구조를 만들 것인지, 어떤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시던스의 성공은 기술만으로는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소라의 사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산업적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는 7월 정식 출시될 시던스 2.5는 단순한 신제품 공개가 아니다. 중국 AI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을 넘어 상용화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역시 이제는 AI 모델 개발 자체보다 이를 산업과 연결하는 전략에 더욱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