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케이팝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기 위한 지원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세계 시장에서 케이팝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대형 기획사 중심의 구조가 더욱 강해지는 가운데, 성장 가능성을 갖춘 중소 기획사와 신인 아티스트에게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문체부는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공모를 통해 10개 그룹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그룹은 리센느, 싸이커스, 튜넥스, 키라스, 캔트비블루, 82메이저, 빅오션, 유스피어, 엑신, 에잇턴이다.
이번 사업은 기존의 단발성 지원과 차별화된다. 선정된 기획사는 연간 최대 약 3억 원을 지원받으며 성과에 따라 최대 3년까지 연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음반 제작과 공연 등 특정 분야에 예산 사용처를 제한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해외 음반 제작, 뮤직비디오 제작, 현지 마케팅, 공연 개최 등 실제 필요한 영역에 자율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케이팝 산업 내부의 구조적 불균형이 있다. 최근 케이팝은 세계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기준 케이팝 매출은 전년 대비 15.8%, 수출은 32.4% 증가했다. 그러나 산업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대형 기획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형 기획사의 평균 음악 제작비는 431억 원을 넘었지만 중소 기획사의 평균 제작비는 15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 공연 역시 대형사는 연평균 83회 이상 진행한 반면 중소 기획사는 4회에 불과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 자체가 크게 차이 나는 셈이다.
선정된 그룹들은 이번 지원을 발판으로 각기 다른 해외 전략을 추진한다.
리센느는 일본과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KCON JAPAN 무대에 오른 데 이어 미국 KCON LA 참가를 통해 글로벌 팬층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싸이커스는 일본 활동을 강화한다. 차세대 퍼포먼스 그룹 이미지를 앞세워 신규 음반과 유닛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해외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 데뷔한 신인 그룹 튜넥스는 인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뭄바이에서 특별 무대를 선보이고 현지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새로운 케이팝 수요층 확보에 나선다.
키라스는 말레이시아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아시아 7개국 10개 도시에서 팬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기존 중남미 팬덤을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까지 활동 범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밴드 그룹 캔트비블루 역시 눈길을 끈다. 해외 단독 공연과 현지 프로모션을 통해 글로벌 팬덤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신인 지원 프로그램 '레이더(RADAR)'에 선정되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지원 사업을 넘어 케이팝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실험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소수 대형 기획사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다양한 규모의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스타의 탄생뿐 아니라 중소 기획사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생태계의 균형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케이팝의 미래가 몇몇 거대 기업이 아닌 다양한 도전자들의 성공 위에서 더욱 넓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