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국민승리21, 2000년 민주노동당과 2011년 통합진보당 그리고 2012년 10월 정의당(진보정의당) 창당으로 이어졌던 진보정치의 1기는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단 한 명의 당선인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끝이 났다.
진보정치 1기가 끝났다는 의미는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정의당의 모습이 지난 20여 년간 지켜왔던 진보정당의 징표인 진보적 의제 선점 능력(이념성)과 독자적인 지지기반, 대중적 리더십이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창당 이래 처음으로 원외 정당이 되었다.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되고 2004년 첫 원내진출을 이룬 뒤 20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정의당이 원외 정당이 된 지금 진보정당운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보정당, 진보정치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념과 정책, 진보정당의 독자적 지지기반, 대중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거쳐 향후 진보정당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의당의 국가·사회 비전은 무엇인가? 또, 그것을 실현할 가치와 정책은 생산되었는가?]
정의당은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부족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 다음의 사회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혁신재창당을 선포하고 ‘생태사회국가’, ‘기후돌봄국가’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출했지만 그 내용과 경로를 구체화하고 대중적 공감대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노동과 복지’는 이미 정의당만의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이후 노동과 복지의 이슈를 민주당과 분점하면서 정의당의 전유물이 되지 못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정의당의 가장 큰 고민은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 과거 무상 시리즈처럼 정치국면을 바꿀 수 있는 진보적 어젠다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 어젠다를 찾지 못하고 ‘기후정치’ ‘노동정치’ ‘성평등정치’라는 추상적인 구호로 민주당 등 자유주의 정당과 큰 차이 없는 선거를 치렀다.
핵심 정책인 ‘노동’은 조직노동에 뿌리박지도 못했고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등에 대한 조직적인 성과도 내지 못했다. 페미니즘은 입법과 정책에서 정교하지 못했으며, 기후위기 대응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었다. 정의당이 제시하는 담론들이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더욱 섬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늘 옳은 말만 하는 정당, 대중들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면서 대중들이 곁을 내주지 않는 정당이 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