⓵왜 정의당은 실패했는가?
22대 총선이 끝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총선 막판 설마설마했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의당 0석. 민심은 ‘윤석열 심판’에 총집결 했다. 정의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한때 270여만 표를 담을 수 있었던 그래서 더 큰 꿈을 꾸었던 정의당이 이제는 원외정당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왜 정의당은 실패했는가?
‘정의당의 실패 원인은 주체적 입장에서 찾아야 한다’. 철저한 자성에서 시작해야 향후 진보정당 운동의 전망과 대안 마련이 유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진보정치 1기는 끝났다. 그렇다면 진보정치 2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정의당은 무엇이 부족했고, 또 무엇이 과했는지부터 성찰하고 진보정치 2기의 미래 비전을 세우고 지지기반을 다시 만드는 당운동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대중의 분노가 지배한 선거였고, 녹색정의당은 그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실패했다]
이번 총선은 대중의 분노가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강력한 반윤전선을 형성했다. 이 전선에 앞장서지 못한 정치세력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퇴행이 벌어지면서 국민은 총선에서 심판을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이전부터 민주당과 다른 차별화에 골몰한 나머지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우는 데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정권심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 민주당 2중대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선거운동 중반 이후 ‘정권심판 정의롭게’ 구호를 내걸었지만, 대중의 마음속에 ‘녹색정의당은 윤석열 정권심판 대열에 함께하지 않는다’라고 인식되어 버렸다.
대중의 이러한 인식은 선거운동 과정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21대 국회에서 보여준 정의당의 행보에 대한 결과였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추진됐던 ‘탈민주당 독자적 정치노선’은 대중에게 ‘국힘 2중대’로 인식되었고,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정권심판 정의롭게’로 대변되는 녹색정의당의 총선 전략은 정권심판 이후를 대비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3년은 너무 길다’로 대표되는 ‘지금 당장 정권심판’ 정서가 지배하는 총선에서 ‘정권심판 이후의 세상을 설계하자’는 메시지는 한가한 소리로 치부되었다. 그 결과 정책과 어젠다, 개혁 과제 등 모든 면에서 타 정당과 비교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녹색정의당의 총선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
[정의당을 유의미한 진보정당으로 보지 않는 심판선거였다]
22대 총선은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선거이자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대한 심판선거였다. 국민의힘은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고, 더불어민주당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연합를 포함해 175석을 얻었다.
국민의힘 계열이 103석,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180석을 얻었던 21대 총선과 비교해 국민의힘 계열이 오히려 5석을 더 얻었다. 그럼에도 22대 총선을 정권에 대한 심판선거로 규정한 이유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선거에서 윤석열 정권심판의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조국혁신당의 돌풍(정당득표율 24.25%)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돌풍의 이면에는 현실 정치세력에 대한 강한 부정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의 시각에서 현실 정치세력은 민생문제는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는 집단으로 비쳐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현실 정치세력에는 제3지대를 표방했던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도 포함되었다.
그 결과 22대 총선에서 대중은 지역구에서는 당선가능성을 보고 투표했지만 비례선거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희망하는 투표를 했다. 이는 윤석열 정권심판을 선명히 앞세운 조국혁신당 지지로 표출되었다. 다시말해 대중은 22대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과 함께 기성 정치권에 경고의 칼날도 빼 들었다.
그 칼날의 대상에 정의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의당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기성 정치권을 견제할 대안세력과 윤석열 정권의 거대한 퇴행에 맞설 적임자로 인식되었다면 아마도 총선 결과는 지금과 사뭇 달랐을 것이다.
정의당은 기성 정치권을 바꿀 대안세력으로도, 윤석열과 맞서 제대로 싸울 세력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의 지지 기반마저 무너지는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녹색당과 함께한 선거연합정당 정치실험은 미완에 그쳤다]
‘녹색과 노동’ 가치중심의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의 창당은 위성정당과 파생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진보정치의 공간을 확대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이었다. 그러나 정권심판이라는 큰 물결 속에서 정책과 의제가 실종되면서 녹색정의당의 정치실험은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녹색당과 정의당은 가치중심 선거연합정당인 녹색정의당을 2024년 2월 3일 창당했다. 22대 국회를 기후 국회로, 2024년을 기후정치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산업과 노동 등 모든 분야에서 정의로운 대전환을 준비하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선거연합정당의 정치적 목표로 사회적 불평등 해소, 지역소멸위기 대응, 기득권 양당정치 타파를 내세웠다.
하지만 녹색정의당이 제시한 목표와 의제는 대중에게 새로운 사회비전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선거 기획과 캠페인 전략의 부재로 인해 의제들이 단순 나열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더군다나 두 달 남은 총선은 녹색정의당이라는 이름을 알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었다. 그렇지만 ‘녹색정의당’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최초로 시도된 가치중심의 선거연합정당으로서 기후 정치의 출현을 알렸다는 점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