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논의의 전망 ②


판문점 회동을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이번 만남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진전은 이루어진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보수야권에서는 회담장 객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본 없는 드라마의 판을 깔았다, 혹은 기획연출자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이번 회동의 조역을 자임했다. 북미 정상은 각자 정치적 이익을 챙겼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 대통령은 양측을 중재해 다시금 대화를 궤도에 올려 놓는 촉진자 역할을 하고자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후 남북정상 회담을 제안했지만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회동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교착상태의 타개와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 또 종전선언 등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북미 간 오랜 적대관계 해소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의 상징성, 만남과 대화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상당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이라는 과제를 달성해가는 데 있어 유보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북미관계 개선-항구적 평화체제로의 전환-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3대 약속 이행이 천명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방법론, 프로세스에 있어 일괄타결대 단계적·동시적 해법 등 큰 틀의 원칙조차 합의가 부재하다보니 갈등과 결렬로 점철되었다.

 

그런 지난 1년여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노이 회담 결렬의 근본 원인이기도 했던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불투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북미정상 회동을 통해 그동안 핵심적 쟁점이 되었던 큰 틀의 방법론과 원칙에 대한 합의가 되었기 때문에 실무협상을 하기로 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대원칙만 있을 뿐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많다. 실무협상을 통해 숙제를 풀 수밖에 없다는 의견으로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이 갈리고 있다.

 

하노이 회담의 표면적 쟁점이었던 영변 핵 폐기 대 + α에 대해서도 영변 핵 폐기의 의의에 대한 한미정상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비핵화의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는 입구(문재인)” 중요한 단계일 수는 있어도 하나의 단계일 뿐(트럼프)”으로 갈렸다는 평가 대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로 갈리고 있다.

 

이런 엇갈리는 평가와 전망은 당파적 이해 혹은 세계관의 차이도 있다. 하지만 북미정상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톱다운 식 해법에 대한 평가의 차이에도 기인하고 있다.

 

트럼프 개인의 스타일과 김정은 위원장 등 두 사람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아니었으면 싱가포르에서의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나 이번 판문점에서의 전격 회동 같은 것이 가능했겠냐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톱다운 방식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그와 병행해 대화의 내실을 다지며 구체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실무협상이 알차게 진행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의 협상에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부정적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영재 기자
작성 2019.07.12 12:18 수정 2019.07.1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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