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연금 제도개편 방향이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좀처럼 제도 개편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가장 기본 틀인 급여 수준, 즉 얼마를 받을지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소득대체율을 최소한 50%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쪽과 이상론만 주장할 때가 아니라며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라붙을 보험료 인상을 생각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치열하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고갈 논란과 더불어 국민연금이 부유층의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에 처음 실시되었다. 이후 1999년에 자영업자까지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제도는 제도도입 당시부터 높은 급여혜택 수준과 낮은 보험료 수준으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렇듯 국민연금은 현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축적해서 일정 나이에 이르면 연금을 받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미래에 받을 연금의 일부를 후세대 보험료에서 충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후세대의 부담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사회 인구 구조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초고령 사회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래세대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고, 기금의 고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저부담ㆍ고급여’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법의 개정을 얘기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정 급여 수준이나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0년 2234만3천명에서 2030년 2087만3천명, 2050년에는 1538만9천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수급자는 2020년 433만6천명에서 2030년 704만5천명, 2050년에는 1432만4천명으로 늘어난다. 이에 적립금은 2055년 고갈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0년 7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실린 추계다. 2018년 정부가 제4차 재정계산 때 추정한 고갈 시기 2057년보다 2년 이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저출생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나온 결과다.
국민연금의 재원은?
국민연금의 재원은 가입자와 사용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로 조달하고 국민연금의 운용과 관리는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보험료는 5년마다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조정하여 사업장 가입자,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임의계속가입자에 따라 매월 부과하여 징수하고 있다.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1988년~1992년에는 월 급여의 3%를 기준으로 가입자와 사용자가 각각 1.5%씩, 1993년~1997년간은 급여의 6%를 기준으로 가입자와 사용자가 각각 2%를 부담하고 퇴직금의 2%를 보험료로 전환했다. 1998년 이후에는 가입자와 사용자의 퇴직금 중 각각 3%를 보험료로 부담했다. 1999년 국민연금법의 개정으로 퇴직금전환금제도가 폐지되어 현재 가입자와 사용자가 각각 4.5%씩을 부담하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국민연금보험료를 가입자가 전액 납부 해야 한다. 지역가입자는 기준 월소득액의 9%의 보험료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도 많다. 특히 사각지대에 방치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와 프리랜서들이 사업장 가입자로 들어 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노후가 위태로운 ‘국민연금 사각지대’ 인구가 1263만명(2020년 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만 18~59살 의무가입 대상자 열 명 중 네 명이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하지 못하거나, 가입돼 있더라도 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기간에 미달하거나, 가입기간이 충분하지 못해 연금액이 낮았는데, 이런 집단의 규모가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발간한 ‘국민연금제도의 사각지대 현황과 대응방안’을 보면 2020년 말 기준 국민연금 사각지대 규모는 18~59살 전체 의무가입 대상자 2,919만6,000명 가운데 43.3%에 이르는 수치다. 전체 사각지대 인구 중 36.4%인 460만 명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은 전체 사각지대 인구 91.1%인 115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은퇴가 임박한 50대(가입대상자 기준) 가운데 30% 가량인 250만여명은 59살까지 남은 가입기간 동안 보험료를 아무리 납부한다 하더라도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사각지대 해소 대책이 가장 시급한 집단으로 확인됐다.
연금 지급은 수급권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연금액을 산정하여 수급권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한다. 연금액의 산정은 연금수급 2년 전 연도와 대비한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 변동률을 기준으로 하여 매년 3월말까지 그 변동률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장하고 있다.
즉 연금을 받는 동안 매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하여 연금액을 조정함으로써 물가가 인상되더라도 항상 연금액의 실질가치가 보장된다. 연금급여의 종류에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과 중도에 탈락하는 가입자를 위한 반환일시금제도가 있다. 하지만 반환일시금제도는 1999년 법률 개정으로 폐지되었다.
또한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2013년부터 점차 늦춰져서 2033년이면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연금 재정 안정을 이유로 연금 개시 연령을 만 65세보다도 더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에 작성한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 전망” 보고서를 보면, 명목 임금상승률이 평균(3.2퍼센트)에서 1퍼센트 오르는 경우와 떨어지는 경우의 연금 수지 개선 효과를 대조한 부분이 있다.
보고서 예측 결과는, 임금이 더 적게 오를 때 수지 개선 효과를 내고, 임금이 평균보다 더 오르면 오히려 적자가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연금 지급이 보험료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받는 급여에 비해서 내는 기여가 낮아 수지불균형이 무척 크다. 게다가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 상태를 그대로 두면 미래세대는 수지불균형 문제와 초고령화 부담을 함께 지게 될 것이다.
연금 지급은 필요한 때에 수급권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가 중요하게 제기된다. 수급권자에게 지급된 급여로서 185만 원 이하의 금액에 대해서는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여 국민연금 급여를 통한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연금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부터 수급권이 소멸한 날이 속하는 달까지 지급한다. 이렇듯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강은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급여 수급 구간별 월 20만 원 미만 수급자는 977,157명, 20~40만 원 미만 수급자는 2,532,968명, 40~60만 원 미만 수급자는 1,063,774명으로 확인되었다. 40만 원 미만 수급자는 전체의 60.8%를 차지하고, 60만 원 미만 수급자까지 확대하면 79.2%를 차지한다. 평균 연금 수급액이 약 48만원이다. 그리고 2022년 현재 18~59세 국민 10명 중 4명이 공적연금소득 밖에 있다고 한다. 특히 사각지대에 방치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프리랜서가 사업장 가입자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원활하게 확보하고, 연금급여에 충당하기 위한 책임준비금으로서 국민연금기금을 설치 하도록 하고 있다. 기금은 가입자와 사용자가 납부한 국민연금보험료, 기금운용 수익금, 적립금 및 공단의 수입지출 결산상 잉여금으로 이를 조성한다.
기본 원칙으로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을 가지고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직하기 위하여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바에 따라 기금을 운용ㆍ관리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융기관에의 예입 또는 신탁, 공공사업을 위한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여 국책 매입), 증권의 매매 및 대여, 금융상품지수에 대한 파생상품시장에서의 거래, 복지사업 및 대여사업, 기금의 본래의 사업 목적 수행을 위한 재산의 취득 및 처분, 그밖에 기금증식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고 때로는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가입자에게 불신을 받아 왔다.
소득대체율은 개인이 평생 벌어들이는 소득의 평균 대비 연금지급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2022년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2%이다. 내가 평생 번 돈이 월평균 100만원이라면 65세 이후 월 42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첫 제도 도입 때 소득대체율은 70%였다. 하지만 그동안 제도개편을 거치면서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2022년 42%인 것도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40%까지 떨어지게 돼 있다. 소득대체율이 계속 변하더라도 가입자는 자신이 가입한 해의 소득대체율에 따라 나중에 연금을 돌려 받는다. 물론 수급액이 결정기준인 만큼 가입자가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소득대체율이 기본적으로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금지급액 비율이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 ‘소득대체율 45%’는 가입자가 40년 동안 꼬박 보험료를 냈을 때 그만큼 받는다는 뜻이다. 가입기간이 짧으면 실제 소득대체율도 45%에 못 미치게 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소득대체율을 최소한 50%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보험료 인상도 고려해보겠다는 게 노동계의 기본 입장이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래서 보장성을 계속 높여가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저 출산ㆍ고령화의 영향으로 국민연금의 연금 고갈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이후에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보험료율 조정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율 조정을 논의하기 전에 국민연금의 제도적인 측면과 기금 운용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시행 후 여러 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급여 수준 및 보험료 수준의 조정을 통한 계수적 개혁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재정 불균형, 소득파악 미흡 및 사각지대의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측면의 개혁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기금 운용에 있어서도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운용수익률이 향상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가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개혁이 진행된 후에도 기금 고갈의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그 때 보험료율 조정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법 제3조에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급여수준과 연금 보험료는 조정되어야 한다는 의무규정도 담고 있다.
오는 2023년은 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제도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해다.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지속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연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정부도 인상분만큼 재정 부담을 확대해 이를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크레딧 제도 확대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용함으로서 국민, 기업, 정부 모두가 함께하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출산율 저하는 심각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민 세금으로 채워 넣어야 할 형국이다.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연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부모를 자녀가 사적으로 부양하던 시대는 지났다.
고령화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해야 할 짐이 아니라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과 국민 전체의 동의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더 이상 공적부양 체계를 폄훼하는 일은 중단하고,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성숙한 자세로 공적부양을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풀어야 할 미래비전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