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의 쫑알쫑알]어린이 예절 교육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엄마는 어릴적 나와 동생에게 ‘짱구 시청 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십대 초반이 된 나는, 엄마의 제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짱구를 볼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제국의 역습>은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짱구 에피소드 중 하나다.
짱구네 가족이 사는 떡잎마을에 ‘20세기 박물관’이 지어졌다. 어른들이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고 그 오래된 추억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20세기 박물관 설립은 세상에 퍼진 21세기의 냄새를 완벽히 지워 모두 함께 과거로 회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극중 악당 ‘켄’의 프로젝트였다. 켄은 20세기의 냄새를 전국에 흩뿌렸고, 어른들이 추억이라는 마법에 이끌려 그들의 어린시절을 재현에 놓은 20세기 박물관 내부의 공간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켄의 부하들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어른들과 아이들을 분리하여 모든 가족을 해체하였다. 다만 짱구와 친구들은 부모님을 구출하기 위해 20세기 박물관으로 향했고, 거기서 짱구는 부모님을 20세기의 냄새에서 구해냈다. 짱구네 가족은 힘을 합쳐 20세기의 냄새로부터 21세기를 지킬 수 있었다.
켄이 극중 악당이긴 했지만, 악랄하고 냉혹하게 묘사된 장면은 거의 없다. 켄의 목표는 단 한 가지, 돈으로 모든 가치가 결정되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해타산적으로 굴러가는 더러운 21세기에서 세상을 구출하고자 한 것이다.
최근에도 나는 켄의 과거로의 회귀 프로젝트와 같은 공허한 상상을 해본적 있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워졌다.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기억, 몰래 통닭시켜먹다가 사감선생님께 야단 맞았던 기억,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열정을 불태우던 새벽 공부의 기억.[글쓴이:김수민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다]
대학입시와 인간관계에 지친 그때 그 힘들었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나는 절대 안할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나도 옛날을 추억하며 어른들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히로시’는 짱구 아빠의 일본 원작 이름이다. 짱구가 히로시를 20세기의 냄새에서 구출해 내었을 때, 히로시는 그의 일생을 주마등이 스쳐가듯 회상한다. 어릴적 아버지(짱구의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태워준 기억, 고등학교 시절 어느 여학생과 수줍게 함께 걸었던 기억, 처음 회사에 취직하여 지친 일상을 지냈던 기억, 아기 짱구를 처음 만났던 기억, 짱구를 자전거에 태웠던 기억.
과거의 추억은 과거의 추억대로 히로시에게 소중하게 남아있었지만, 히로시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현재는 따뜻한 과거만큼이나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 현재는 힘들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처음 겪는 일일테니까! 우리가 ‘겪어 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가 전부이기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평가함에 있어 야박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가 과거가 되는 미래의 어느 순간, 우리는 불현듯, 내가 갑자기 그 치열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 하였듯, 오늘을 추억하고 있을 것이다(이것도 어른 흉내 인정).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현재에 만족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현재에 불만을 느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고,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한국의 많은 예능 프로들이 과거 회귀적인 트렌드에 따라 현대인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현대인들은 불안하고도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과거를 추억하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제국의 역습>은 현재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한국 미디어 트렌드와 차이가 있다.
켄이 인식하였던 21세기의 부정적인 특징은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그러나 그 대안이 현재에 대한 증오감을 자극하여 그 부정적인 요소들에 대한 회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겸허히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해보자. [글쓴이:김수민은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